망각에 저항하기

304인의 작가가 다가 서다 4.16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展   2015_0410 ▶ 2015_0424

진도 체육관 유족 이부자리_안산문화예술의전당 1전시장_2015

초대일시 / 2015_0410_금요일_05:00pm

주최 / (사)경기민예총_(사)안산민예총 주관 / (사)민족미술인협회_경기 민미협 후원 / 경기문화재단_안산시_4.16가족협의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안산문화예술의전당 ANSAN ARTS CENTER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817번지 제 1, 2전시실 Tel.+82.31.481.4093 / 080.481.4000 www.ansanart.com

진실의 이름으로 침묵을 깨고 망각과 맞서 싸우기박탈된 진실, 망각된 기억과 맞서기 어린 희생자들이 몰살되기 직전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방송이 되풀이되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사전에 알았어야만 했다. 자신들이 승선한 배의 선주가 순전히 탐욕에 의해 규정의 3배나 되는 화물을 실었으며, 그 탐욕을 감시해야 할 공권력이 공범자로 깊이 연루되어 있고, 그들을 지켜야 할 선원들은 그렇게 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으며, 이 모든 일이 진실에 관심이 없는 정부와 사회에서 오랫동안 준비되어 왔다는 사실 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누구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정말이지 알았어야만 했다. 진실이 충분히 폭로되지 않았기에, 그들은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해야 했던 시간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 그렇게 적어도 264명의 단원고 학생들-실종자까지 포함하면 250명-은 차가운 바닷물이 집어삼킬 때까지 기다렸다. 그들은 보호받지 못했던 이 사회의 수많은 약자들처럼 재난의 시기에 보호받지 못했다. 이 사건은 이 사회가 비극적인 흠결을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입증하는 결정적 단서일 뿐 아니라, 진실을 덮고 미봉하는 사악함마저 간직하고 있음에 대한 부인할 수 없는 증거로 남았다. 어디 유족들뿐이겠는가.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국가에 대해 새삼 되물어야 했다. 수장된 영혼들이 잘 감춰져왔던 공화국의 진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침몰한 세월호는 더 많은 것들이 침몰하는 사회의 상징적 일환일 뿐이라는 사실 말이다. 세월호는 그것으로 인한 부당한 수혜들, 박수갈채를 받았었을 효율과 수익성, 유연한 대처, 경쟁력, 사악한 결탁의 축적이 나은 산물이다. 제레미 러프킨(Jeremy Rifkin)의 '사회적 엔트로피'로 읽자면, 304명의 희생자는 누군가가 질펀하게 벌였을 부당한 잔치판들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해야만 했던 세월호가 진도해협에서 항해를 멈췄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토록 진실을 고문하는 사회에 살고 있음을 확인해야 했다. 각성이 더 일찍 시작됐어야만 했다. 진실의 부담이 침묵의 카르텔을 부수는 일들이 중단되어서는 안 되었다. 눈먼 자들의 잔치가 고발됐어야만 했고, 준엄한 책임추궁이 누락되어선 안 되었다. 책임을 약자들에게 돌려 그들을 희생자로 만들거나 복종을 강요하는 체계가 세월호 같은 치명적인 유산을 남기기 전에 손을 썼어야만 했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 2전시장_2015

하지만 이 사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세월호 이후로도 크게 변한 것이라곤 없다. 결국 몇몇 하위직의 사람들에게만 올가미가 씌워졌다. 재판은 오히려 정의를 조롱하고 진실을 겁탈한다. 정부는 시체처럼 축 늘어진 진실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을 의지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구경꾼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통곡소리만이 유일한 진실이었다. 먼 시간의 겹을 뚫고서 예언자 예레미야의 외침이 들려왔다 : "라마에서 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소리. 라헬이 자식들을 잃고 운다. 자식들이 없으니 위로도 마다한다." ● 세월호가 침몰한 지 한 달 동안 근 2백만 명의 조문객이 전국의 분향소를 찾았다. 안산 분향소에만 50만 명의 조문객이 다녀갔다. 사상 최대 규모의 조문 행렬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안 된 2015년 3월, 프란체스코 교황이 다시 세월호 사건에 대해 물었을 때, 우리는 진실뿐 아니라 기억까지 관리되고 조작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적으로 알게 되었다. 낮은 수준의 사회적 기억력이 정치적으로 권장되고 심지어 미학화되기도 했다. 공공적 지성은 증발되다시피했다. 진실의 책무를 지닌 사람들에 의해 상황은 더 가증스러워져만 갔다. 아니 반대로 말하는 게 더 타당하리라. 가증스러운 이들이 진실이 통과해야 할 길목을 불량스럽게 막아 왔던 것이라고. 그 자체로는 그다지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정부들의 거짓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도를 넘어서기 시작했으니까. 소아 갑상샘암이 200배 이상 증가한 상황에도 방사능 피폭률이 기준치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는 게 일본정부의 공식입장이다. 베트남전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의 1995년 회고록에 의하면, 월맹의 어뢰정 공격이 미국 구축함을 때린 것이 전쟁을 촉발시켰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2003년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 되었던 대량살상무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 기만하는 정부와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이 공범 관계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공범자인 셈이다. 불의와 관행화된 비리를 몸에 붙인 우리 모두가 공모해 세월호를 맹골수로로 내몬 것이다. 침묵함으로써 불의에 복종해 온 것이 다름 아닌 우리이기에, 고백을 통해 진실로 나아가는 첫 걸음 역시 우리의 몫일 수밖에 없다.

연규혜_김경화_김병택_김진열_나인주
이충열_우상호_이선일_이하_최호철

맹골수로로 접근 중인 우리 현대미술 ●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규모 재난들은 경제적 현대화와 사회적 근대화의 간극이 해결되지 못했음을 비극적으로 상기시켜 주는 것"이라고 다니엘 슈베켄디에크(Daniel Schwekendiek) 교수는 UPI에 전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온 역사에 대한 지나친 개념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개념으론 정작 우리의 아픈 진실인 박탈당한 진실과 학습된 기억상실을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균형감각의 현대적 상실은 잃어버린 것들 가운데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 이제 또 하나의 진실과 대면해야 한다. 그 억압과 상실이 우리 현대미술의 자화상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식민주의와 서구 추종주의, 그것의 부정적인 유산들, 분단조국과 분열의 미학, 방어적인 민족주의 예술론, 거기다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와 천민적 성장주의의 대대적인 주입이 진행 중인 우리의 동시대미술은 지금 맹골수로로 접어들고 있음이 분명하다.

차주만_윤필남_김신_송기정_김태규_이샛별
허란_이운구_허근혜_이정용_정평한

꾸어온 모던 미학의 식상한 방해 또한 아직은 녹록치 않다. 예컨대 예술은 전적으로 사적 차원의 행위라거나, 자칫 공공선(公共善)이나 공공의 정의를 끌어들였다간 끝장이 날 수 있다거나, 당나귀 같은 관객과의 소통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등의 설(設)이 여전히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단지 사기진작을 위해서라도 이 시대를 풍미하는 거짓 논리들, 생각을 봉쇄하는 미(美)의 규범들이 매우 조잡한 절차들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쯤은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그것들은 "권력이 결핍된 사상가들과 사고력이 결핍된 채 신문과 주간지에 지칠 줄 모르고 등장하는 권력자들, 이 두 부류간의 의견교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특별히 계획된 만남의 장소들(잡지, 클럽, 회원)을 통해 공들여 만들어진다."(피에르 브르디외, Pierre Bourdieu) ● 글을 마무리할 때쯤, 참여 작가가 더 늘어 정확한 인원파악이 안 된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참여 작가들의 하나로 모아진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 마음은 아마도 리 호이나키(Lee Hoinacki)의 다음의 고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 "(우리에게) 분명히 열려 있는 한 가지 행동의 가능성은 '아니오'라고 하는 것이다. -아니오, 나는 조용히 따라가지 않겠소. 아니오, 나는 복종하지 않겠소. 나는 나와 제도적인 프로그램과의 양립가능성을 부정할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인간답게, 가능한 한 자율적으로 고결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 이 고백의 작가적 연장이 무엇인가는 자명하다. '나는 나의 예술을 사변으로의 한갓진 여정이나 관념의 정원을 쏘다니는 산책으로만 제한하지는 않겠소', '설사 그것이 주류미학의 반짝이는 견장을 차고 있을지라도 창작을 몸담은 공동체와 무관한, 작가 개인의 사적 차원으로만 취급하도록 촉구하는 강령들을 쫄랑거리며 뒤따르진 않겠소', '생존하기 위해서,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의 취향에 이리저리 불려다니는 일은 이제 그만 두겠소'… 『망각에 저항하기』전은 진실과 기억에 대한, 결코 내려놓을 수 없는 우리의 싸움을 환기한다. 우리는 진실의 이름으로 침묵을 깨고 망각과 맞서 싸워야 한다. 다하우 수용소의 추모비에 각인된 것처럼 "절대로 다시는(never again)" 제 2의 세월호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그렇게 해야만 한다. "과거를 기억할 줄 모르는 이들은 지난날의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조지 산타냐, George Santayana) ■ 심상용

허용철_정혜윤_장훈영_차규선_방정아_김화순
홍진_한금선_류우종_이동근_이명아_전수현

참여작가 강금복_강기욱_강대선_강선혜_강성봉_강신천_강현화_강홍구_고창수_곽상원_규랑_금은돌 길종갑_김 인_김경미_김경화_김경희_김기용_김기호_김덕진_김두성_김레이시_김명환 김미경_김미련_김미영_김민규_김백호_김병택_김보연_김봉준_김선동_김성곤_김성기_김성수 김세원_김소영_김수정_김신_김신애_김연정_김영아_김영옥_김영중_김영현_김용애_김용양 김유정_김은선_김은숙_김은주_김이린_김인규_김재석_김정렬_김정미_김정아_김종권_김종찬 김주형_김진렬_김진열_김진욱_김창진_김천일_김치신_김태순_김태호_김학철_김한라_김향금 김향신_김형기_김형대_김화순_김효정_김희련_나미나_나 영_나인주_나종희_노경호_노란책_노순석 도지성_두시영_류성환_류연복_류우종_류충렬_문광운_문승영_문해주_문효정_믹스라이스_박 용 박경효_박대석_박대용_박동근_박미란_박불똥_박선정_박성호_박세연_박수경_박수정_박신영 박야일_박영균_박영조_박용빈_박은경_박은태_박일훈_박자현_박재은_박재현_박종혜_박지원 박진화_박천수_박철우_박충의_박태규_박호은_박흥순_박흥식_방정아_배미정_배인석_백정기 백중기_변대섭_봉하일_서수경_서평주_서호성_설 치_설은영_성낙묵_성화숙_성효숙_소율 손귀예_손금식_손영득_손영익_손희순_송금식_송기정_송수연_송영후_송용민_송은경_송일석 송효섭_신미란_신선희_신승녀_신승현_신영성_신용재_신원준_신정환_신현종_신희경_심규섭 심미란_심점환_심주이_안경진_안만욱_안상용_안은하_양수현_양지희_양혜진_엄덕용_엄문희 엄순미_엄원영_여소연_연규혜_연극지영씨통해_연진홍_오은주_오제형_오종은_온주_왕희정 우상호_원민규_원은희_위종만_유대수_유승연_유정희_유지환_유진숙_유충렬_유현미_유혜경 윤광웅_윤운복_윤재덕_윤필남_윤희경_이 흙_이경미_이경복_이경화_이관수_이구영_이기홍 이남수_이동근_이동문_이동슈_이동주_이록현_이명아_이미미_이범수_이봄순_이상권_이샛별 이선경_이선영_이선일_이선행_이성미_이성완_이소율_이수민_이승쳘_이시원_이억배_이영학 이영헌_이오연_이우진_이운구_이유민_이윤엽_이윤주_이인철_이재경_이재순_이재환_이정순 이정여_이종구_이종헌_이주영_이진우_이철재_이충렬_이태호_이하_이해균_이형자_이희린 임경란_임동범_임성구_임승한_임종길_장선화_장순일_장훈영_전기학_전명은_전미경_전상엽 전수현_전진경_전진현_정기학_정낙묵_정봉진_정석희_정세학_정수연_정재훈_정지영_정태경 정평한_정현아_정혜경_정혜윤_조강기_조덕환_조동형_조병연_조신호_조영아_조용상_조은숙 조은주_조은지_조중현_조지은_주재환_지솔_진이칸_진창윤_차규선_차주만_천광호_천호석 최경은_최경태_최광준_최라윤_최병수_최병진_최보라_최선영_최선희_최송하_최수환_최순정 최연택_최옥경_최재덕_최정주_최정주_최지솔_최진연_최호철_탁영호_하미선_하미화_하민수 하민지_한상호_한지혜_한진희_함종호_허강일_허근혜_허길영_허용철_허은영_현용안_홍승희 홍원석_홍지연_황경희_황의순_황정경_황정혜_황지희_황현호_후후_fughazi_poca kim_swan song 강유한_구덕구_고대로_권민호_권우성_김민_김민호_김석주_김선웅_김성헌_김혁진_김흥구 노순택_류진아_박김형준_박민석_박승화_박여라_박예나_박종식_박준수_백승환_변백선_성남훈 신선영_신승현_안근철_안형준_윤성희_이규철_이기화_이명익_이미진_이승훈_이우기_이윤선 이정용_이재각_이준희_이한구_임태훈_임현규_장영식_점좀빼_정 운_정택용_조성봉_조우혜 조진섭_주용성_진승일_채희선_최우영_최윤아_최항영_최형락_탁기형_특별한친구_한금선 허란_홍윤하_홍진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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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50412e | 망각에 저항하기-304인의 작가가 다가 서다-4.16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