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울민족미술인협회 회원전
       (2017 조국의 산하전)
장소 ; 세종문화예술회관 광 갤러리(광화문역사 내)
기간 ; 2017년 9월 20일~26일(12시까지)
오픈 ; 20일(수) 오후 5시에~

많이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세요~

서울지회장 강성봉배상


 未完. 이종헌. 옻칠. 색료. 51.5X38 ⓒ 김미진


똑같은 그림을 보면서 어떤 이는 그림이 아니라고 했고, 어떤 이는 눈물을 흘렸고, 어떤 이는 모독이라고 했으며, 어떤 이는 치유라고 했다. 그림은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걸어 온다. 그렇게 그림이 우리에게로 왔다.

민족미술인협회(회장 이종헌) 서울지회(회장 강성봉)가 20일부터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광화랑(세종대로 사거리 지하보도 안)에서 40여 명의 작가의 '2017 조국의 산하'전을 개최한다. 투쟁과 눈물로 얼룩진 현장을 그림으로 함께 했던 민미협의 이번 전시회는 여태껏 전시회와는 좀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촛불집회에서도 서울민미협은 그림, 조형 등 여러 형태의 미술로 시민들과 함께 했습니다. 시민들과 힘을 합쳐 9년만에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게 되어 무척 기쁜 일이지만, 그동안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회원들이 많이 지친 면도 있습니다. 비단 저희만 힘들었겠습니까? 절대 다수의 국민들 모두가 힘들었죠. 그래서 이번 서울민미협 '조국의 산하'전에서는 작가들이나 관람객들 모두 어깨에서 힘을 빼고 편안하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작가들이 꾸준히 작업해 온 작품들로 전시회를 엽니다."

민족미술인협회 서울지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성봉 작가가 이번 전시회에 대해 소개를 한다.

'조국의 산하'전은 벌써 20여 년째 민미협과 서울민미협이 주최해 온 행사로 매 시기마다 주요 이슈가 되는 사안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해 12월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다'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현실참여적 그림으로 비판과 풍자의 메시지를 꾸준히 던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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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특별한 주제가 없다. 꼭 주제를 이야기하라면 회원들끼리, 그리고 길을 걷다 우연히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들여 놓은 시민들의 어깨를 서로 두드려주면서 "그동안 고생 많으셨지요? 이제 우리 힘 냅시다"라고 이야기를 건네는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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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김은숙. 아크릴. 72.7x60.6 ⓒ 김은숙


"파주시에 보호수가 54그루 있는데 150살 먹은 물푸레나무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지금 열그루 정도 그렸어요. 그 나무들은 제가 못 본 역사들을 지켜 본 증인들인 셈이죠. <나무>는 캔버스를 통해 겨울을 보여주지만 사계절이 다 들어 있어요.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죠. 또 지금은 세월호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304그루의 나무를 그리고 있는중이에요." - <나무>, 김은숙 작가

"제가 주말마다 도시락 싸들고 가서 해 넘어갈 때까지 텃밭에서 키운 야채와 과일들이에요. 그저 예쁜 정물처럼 보이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보이지 않는 제가 흘린 땀도 있구요, 온전한 형태가 아닌 칼에 의해 잘린 것들이어서 아프게 느껴지기도 하죠.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다가 2014년 세월호 이 후로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중고 신인이에요."

<잘린 것들>을 출품한 최연택 작가. 그는 고 김대중, 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 청와대에서 사용한 식기 무늬를 디자인 한 도예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아마 지금 문재인 대통령도 그 식기를 쓰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더불어 숲' 디자인 할 때 고 신영복 선생님과 같이 작업하면서 나누었던 시간들을 가슴에 담고 있노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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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린 것들. 최연택. 아크릴. 93.9x77.3 ⓒ 최연택


누가 그들에게 그 길을 가라 하지 않았다. 그 어느 누구도 붓을 쥔 그들의 손에 촛불을 들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아름다움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가는 길에서 만난 상처입은 사람과 누군가가 흠집을 내어 발길질한 채 내팽개친 우리 현대사의 상처를 부둥켜 안고 가려고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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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움 없는 땅. 한영희. 종이에 볼펜 ⓒ 한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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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 강성봉. 나무. 철. 옻칠마감. 150x75x47 ⓒ 강성봉


그들에게는 상처입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국이었고, 나무 한 그루, 텃밭에서 자란 호박 한덩이가 산하였다. 어쩌면 그게 그들에게 주어진 구도의 길과도 같은건지도 모르겠다.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 온다. 지나온 길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자세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곧추 세우기만한 허리가 아프지는 않는지. 나는 오늘 그림에게서 위로의 말을 건네 받는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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