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우리는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작업을 하는 미술인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미술인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고자 한다. 그것을 되찾기 위해 먼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진상 조사와 함께 제2심 판결은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만일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민족미술인협회 모두는 자발적으로 블랙리스트가 될 것임을 천명한다.

 

 

지난 727,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장판사 황병현)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사건에 대한 제1심 선고를 어떻게 내렸는지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징역 3년 형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징역 2년 형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 각각 징역 16개월 형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징역 16개월 형에 집행유예 2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징역 1년형에 집행유예 2

 

우리 민족미술인협의회에서는 이 사건의 판결을 내린 대한 민국 법정에 진정으로 법이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 두 눈을 가렸는지, 아니면 두 눈 뜨고 지켜보는 국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잠시라도 잊고 판결하기 위하여 두 눈을 가렸는지 먼저 묻고 싶을 따름이다.

 

헌법 제12항 대한 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지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사건에 대한 제1심 선고를 보면, 대한 민국의 주권은 특정 정치지배자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특정 정치지배자와 그에 부역하는 자들로부터 나온다고 다시 써야 할 것으로 보일 따름이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으로서 대한 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이다. 우리는 표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천직으로 삼은 미술인들로서, 우리에게 표현의 자유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더불어 미술인으로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는 권리임에 분명하다.

 

이명박 박근혜정권을 거치는 동안 작성된 블랙리스트는 국가의 기초인 헌법을 흔들어 놓았고, 이에 오른 9473인 역시 대한 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동시에 자신이 가장 행복하게 일하고 싶은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하는 피해자가 되었다.

 

최근 국정원 개혁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밝혀진 국정원에서 관리한 348명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민간 단체는 정부지원 대상에서 제외를 통한 고사를 유도했으며, 개인의 경우 인사검증 등을 통한 청산의 대상으로, 언론플레이를 통한 사임 유도, 없던 제재조항 등을 만들어 속박을 해온 정황들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두렵지 않았다. 우리는 알고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발언을 했고, 그림으로 그렸을 뿐이다. 우리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정의로운 것은 정의로운 것들을 불러모아, 정의로운 방향으로 가고야 말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믿음에 대해 국민들은 촛불을 들어 답을 했고, 촛불을 불러 모아 오늘의 대한 민국을 하나씩 둘씩 정의로운 방향으로 바로 잡아가고 있다.

 

이제 대한 민국의 법정이 답을 할 차례이다. 제대로 된 조사를 바탕으로 상식과 헌법에 근거한 법률적 판단으로 부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사건에 대한 제1심 선고와 같은 부끄러운 선례를 남기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국민의 희생 위에 뿌리를 내렸으며, 지난 겨울 내내 칼바람속에 촛불을 들고 키운 민주주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미술인협회 미술인 모두는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9473인과 한 목소리로 정의로움과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 할 뿐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사건 진상조사를 통해 적폐를 낱낱이 밝히고, 2심에서는 부디 민주공화국인 대한 민국의 법정에서 헌법에 기초한 법률적 판단과 상식을 통해 정의로운 판결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2017119

()민족미술인협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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