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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월), 강정마을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성 명 서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 생태가 유린되고 있다. 아름다움이 파괴되고 있다. 평화가 겁탈당하고 있다. 지역공동체가 와해되고 있다.

지금 이 땅 제주도 서귀포 강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이다. 하늘이 분노하고 땅이 통곡할 일이다. 양심 있는 사람이라면 일어나 가슴을 치고 소리쳐 외쳐야 할 일이다.

방성칠란, 이제수란, 세화리 잠녀항쟁, 그리고 4 · 3항쟁으로 이어지는 이 고난에 찬 역사의 땅에 다시 음울한 국가폭력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평화의 섬’은 공권력과 외부세력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찢기고 상처 받은 과거의 기억을 교훈 삼아 상생과 화해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미래지향의 공통적 염원을 담은 말이다.

평화와 군사기지가 양립할 수 있다는 강변은 평화의 개념을 몰각한 소아병적 논리이다.

평화는 물리적인 억제력으로 달성되는 가치가 아니다. 동북아의 요충지 제주도 서귀포에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을 획책하는 것은 이 지역에 군사적 긴장도를 높여 결국은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평화를 저해할 것이 틀림없다.

일제 강점기 미군의 본토 상륙을 저지하기 위한 최후의 전략 거점이 되어 온 섬이 진지동굴로 요새화된 제주도, 4 ․ 3 땐 한반도를 동북아 반공전초기지로 삼으려한 미국의 패권전략과 결탁한 국가폭력으로 광란의 학살극이 난무했던 피어린 제주도가 아니던가.

그런 제주도가 이 지역에서 중국의 팽창을 우려한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같이 하는 국방 정책으로 유사시 군사 분쟁의 볼모가 될 서글픈 처지에 놓였다.

이 비극의 역사가 언제까지나 되풀이 될 것인가.

지금 제주도는 4 ․ 3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아름다운 화산도, 거기서도 가장 청정하고 수려한 서귀포 일강정(一江汀), 유네스코와 한국정부가 공인한 생태보전지역은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는 중장비로 짓이겨질 참담한 운명이다.

외부에서 개입하여 서로를 편 가르고 이간질 해, 물 좋고 인심 좋은 단란한 마을은 부모, 형제가 대립하고, 삼촌, 조카가 반목하고, 친구들이 서로 등을 돌리며, 조상의 제사도 함께 지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불의한 공권력과 외부세력의 야만적인 폭력 앞에 무망하게 쓰러지고 피 흘리며 지켜낸 지역공동체가 갈가리 찢길 목불인견의 참상, 간난의 신고 끝에 얻어낸 평화의 가치가 다시금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국책사업이란 미명 아래 지금 한국의 남단, 변방의 땅 서귀포시 강정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반민주적 국가권력의 횡포에 이 땅의 대다수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코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이에 우리 민족미술인들은 지역공동체를 보위하고, 평화의 진정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외롭고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노고에 애정 어린 연대를 표하면서 결연한 심정으로 붓을 든다.

우리의 예술 실천이 아름다운 큰 울림이 되어 이 땅 온 누리에 정의롭고 평등한 평화의 정토(淨土)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이에 민족미술인협회는 다음과 같이 강력하게 요구한다.

1. 명분 없고, 실익 없는, 그리고 주민의 의사에 반해 추진되는 해군기지 건설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2. 제주도를 군사기지화 하려는 모든 국책사업은 백지화되어야 마땅하다.

3. 해군기지건설 반대투쟁을 하다 구속된 양윤모, 최성희를 즉각 석방하라.

 

2011년 5월 30일


사단법인 민족미술인협회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