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생광 화백 탄생 100주년 전국 3곳서 동시 특별전
2004-09-01 10:57:17, Hit : 41, Vote : 2 



이승에서 여든두 해를 살다 간 내고 박생광(乃古 朴生光·1904∼1985)은 일흔다섯 넘어서까지도 화단에서 주목받지 못하다 일흔여덟 때(1981년) 백상기념관 개인전, 여든한 살 때(84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개인전, 사후 호암미술관 유작전 등 3번의 전시로 한국 현대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화가다.

그를 두고, 생전에 도록을 편집한 인연으로 만난 유홍준 명지대 교수(미술평론가)는 ‘10여년 묵묵히 자신을 키워오다 어느 여름날 더없이 화려한 담홍색 꽃을 피우고 삶을 마감하는 용설란이나 단조로운 곡만 길게 이어지다 마지막에 감동적인 울림으로 끝을 맺는 라벨의 ‘볼레로’에 비유한다.

팔순 가까운 나이에 연 백상기념관 개인전은 박생광의 시작이었다. 단색조 화면이 화단의 주류를 이루던 시절, 강렬한 원색으로 무속과 불교의 소재를 500∼1000호 화폭에 끌어들여 관람객을 압도했다. 그는 이후 팔십 노구를 이끌고 인도 불교성지를 답사했고, 파리도 여행했다.

84년 미술회관에서 연 45점 대작전은 그를 명실상부한 한국 현대미술의 대가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작 ‘혜초’ ‘명성황후’ ‘무당’ 시리즈가 이때 나온 작품들이다. 복합적인 화면구성, 대담한 원색, 짙은 향토성, 강인한 생명력…. 기존 한국화에서는 볼 수 없던 이 모든 것으로 인해 ‘진짜 한국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 화백은 더욱 창작에 매진했다. 일정표를 세워 놓고 노경의 자신을 혹독하게 다그쳤다. 그러다 돌연 후두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표작 ‘녹두장군’이 이즈음 나왔고, 85년 5월 파리 그랑팔레 ‘르살롱 85-한국, 16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예술’전에도 작품을 냈다. 그리고 2개월 뒤 훌쩍 저세상으로 갔다. 그의 말년 작품들은 이듬해 유작전으로 세상에 나왔다.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 되는 해다. 한국 현대미술에서 진정한 역사화를 구현한 대가이자 채색 한국화의 새로운 경지를 연 그의 작품세계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이영미술관, 갤러리 현대, 그의 고향 경남 진주시에서 잇따라 열린다.

그의 작품 200여점을 소장한 경기 용인시 기흥읍 이영미술관(관장 김이환·031-213-8223)은 17일∼10월 31일 특별전을 갖는다. 만년작을 비롯해 일본 유학시절부터 45년 귀국이후 60년대까지의 작품들이 연대순으로 전시되는 게 특징. 18일 오전 10시 이 미술관에서 학술세미나도 열린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02-734-6111∼4)에서 8∼24일 열리는 ‘박생광전’은 유족 대표와 작가의 지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박생광 기념사업회’(회장 이구열)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 금강산, 설악산 등 비경과 인도여행 때 그렸던 스케치 등 미공개 작품들이 나온다. 고인이 평소 쓰던 물감, 붓, 벼루, 낙관 등도 전시된다. 11일 오후 2시 기념강연회도 열린다.

한편 진주에서도 박 화백을 기리는 의미로 경남도립미술관(055-211-0333)에서 9일∼11월 4일, 진주문화예술회관에서는 12월 28일∼2005년 1월 15일 전국 국공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그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기념전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