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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 예술가 둘, 시와 판화로 만나다
이진영·류연복 생명전 <아무도 너의 깊이를 모른다> 열려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홍성식(poet6) 기자   
▲ 류연복의 판화와 이진영 시의 어우러짐.
ⓒ2004 문학과경계사

내 안에
개 한 마리 사네
멍, 멍 짖으며
오늘도 하염없이
지평선 흘러가네

- 이진영의 '58 개띠' 전문.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의 영역을 개척해온 '1958년 생 개띠' 동갑내기 예술가 둘이 '줄거운 사고'를 쳤다. 사고를 낸 사람들은 계간 <문학과경계> 발행인이자 시인인 이진영(46)과 민족미술협의회 사무국장을 지낸 판화가 류연복(46).

서로의 시와 그림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둘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은밀히 모의(?)해온 '판화와 시의 행복한 만남'을 마침내 현실화시켰다. 10월 20일부터 29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 예총회관 화랑에서 열리는 <58 개띠 생명전-아무도 너의 깊이를 모른다>가 바로 그것.

전시회에 맞춰 동명의 책도 문학과경계사에서 출간됐다. '58 개띠', '가시나무', '비오는 날의 단상'을 비롯한 이진영의 시 수십 편마다 류연복의 판화가 어우러진 예쁜 책이다. 두 사람의 우정을 과시하듯 책의 말미에게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도 실렸다.

그 역시 58년 개띠인 이승철 시인은 "보릿고개의 곤궁한 환경에서 태어나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며 냄새나는 동네만화방을 드나든 추억을 공유했고, 강팍했던 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지금은 정리해고 대상 1순위가 되어 쓸쓸하게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그 삶이 결코 가치 없는 것이 아니었다는 걸 이번 전시회가 말해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며 두 사람을 노고를 격려했다.

이진영 시인은 장애인 거주지와 교도소, 오지와 낙도의 사람들에게 문학의 향기를 전하는 '시두레문화공동체'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으며, '섬진강생명지킴이공동체'를 통해 시와 환경운동의 접목을 꿈꾸고 있는 사람으로 <수렵도>와 <퍽 환한 하늘> 등의 시집을 상재한 바 있다.

판화가 류연복은 1980년대 벽화걸개운동과 판화운동을 전개한 언필칭 '운동권 작가'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대외협력국장을 역임했다. 지난 93년 경기도 안성으로 작업공간을 옮겨 목판화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갈아엎는 땅> <새싹 틔우기> <스스로 그렇게> 등으로 명명된 전시회를 가졌다.

두 사람의 공동작업이 탄생시킨 작품들을 하나하나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중 '가시나무'가 기자의 가슴을 아프게 친다. 불혹을 넘겨 지천명에 이르러서야 깨닫는 삶의 비의(悲意)인지라 이토록 절절한 것인가?

제가 / 저를 / 찌르네 / 찌르는 것은 모두 사랑이네

- '가시나무'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