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온갖 비리로 얼룩진 한국미술협회 주최 대한민국미술대전
대통령상 및 국무총리상 취소에 대한 건의서


대통령상이란 “대통령의 이름으로 주는 상‘이라는 사전적 의미만큼이나 국가적으로 매우 권위 있고 중요한 상임에는 틀림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 상과 훈장, 포장 등은 예전에는 총무처에서 기록 관리를 해 왔으나 현재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통폐합되어 행정자치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무관서인 행정자치부장관님 앞으로 이 건의서를 작성하여 발송하고자 하오니, 건의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여 처리방안이나 장관님의 소견 등을 조속히 답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대통령상이 과연 현직 대통령의 직접 결재 절차를 거쳐 수여되는 것인지, 의문이 갈 정도로 미술 쪽 공모전들에 남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사례가 없지 않아 주무 관청으로서 재고해 주실 것도 감히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장관님께서도 지난 1월 초부터 언론보도와 동시에 수사에 착수한 경찰청의 한국미술협회 주최 제25회 대한민국미술대전(문인화부문) 비리에 대한 수사결과의 보도를 보셨을 줄 믿습니다. 주최/주관 단체의 대표인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협회 간부 및 운영위원과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등 한국미술계 인사 50여 명이 무더기로 입건(9명은 구속영장 신청)되는 한국미술사에 처음 있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한 것을 말합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대한민국미술대전이라는 같은 이름하에 개최되는 문인화부문 외에도 한국화와 서양화, 공예, 서예 등 공모전도 같은 유형의 비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술대전 비리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1993년과 2001년에도 많은 작가들이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 때마다 미술대전 같은 전근대적 등용문 제도의 공모전 무용론이 대두되거나 개선방안을 운운하였지만 미술인자정엔지오 같은 단체의 자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발전을 기하지 못하고 점점 더 지능적이고 총체적인 부정과 비리로 만연되어 갔을 뿐입니다. 작품을 대신 그려주거나 써주고, 상을 돈으로 사고파는 사전 담합의 뒷거래는 이번 수사에서도 여실히 밝혀진 사실입니다. 이러한 불미스럽기 짝이 없는 비리 공모전에 국가원수의 이름으로 주는 대통령상이라니 사리와 이치에 합당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사료됩니다. 국무총리상과 문화관광부장관상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미술대전은 민간단체가 주최하는 민전이지, 과거 국가에서 주최한 국전((대한미국미술전랍회)처럼 관전이 아닙니다. 관에서 주최한 국전에서는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및 문교부장관상 등이 수여되었던 것은 의례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1981년 30회로 국전이 막을 내리고 민전으로 새로 출범한 미술대전에는 2004년까지 대상과 우수상이 있었을 뿐 정부기관에서 주는 그와 같은 상은 없었습니다. 다만 3년 전부터 하철경 이사장이 민전인 미술대전에 뜬금없이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및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부활시키겠다고 하여 뜻있는 많은 미술인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하였습니다.

그것은 가장 자유로워야 할 창작을 하는 예술인들이 도리어 관료적 권위에 기생하려한다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국전이 일제하 선전(조선미술전람회/당시는 총독상이 최고상이었다)의 잔재였던 것처럼 제도적 퇴행성도 문제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므로 2005년 1월 대한민국미술대전의 대통령상 부활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기 시작하였으며, 마침내 그 해 4월 서울 평창동 갤러리 세줄에서는 34명의 미술가들에 의해 대통령상 부활을 비판하는 풍자전시, ‘그때 그상-내가 죽도록 받고 싶은 대통령상’이 열리기도 하였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 쪽에서는 국가에서 대통령상을 주겠다는 데 왜 반대냐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예술의 권위는 작품에 있지 관청의 직위 고하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지낸 미술계 원로 이경성 명예기획위원을 비롯하여 4명의 미술평론가들로 구성된 기획위원회 측은 다음과 같이 전시취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즉 “대통령상이라는 황당 무지한 괴물적 상상력에 대한 저항, 예술의 권위가 대통령상에 있어야 한다는 발상의 유치함, 예술이 관에서 주관하는 상에 의해 가치상승할 것이란 천박함, 예술가들이 상에 자극받을 것이라는 유아적 발상에 ‘똥침’을 놓는 전시”라고 한 것이 그것입니다. 34명의 작품들은 기획 측 주장대로 퍼포먼스와 영상물 등을 통해 “조소를 품고 익살의 화살을 던지는 작품들”이었음을 당시 한 신문(2005. 3. 13 한겨레신문)은 보도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미술협회의 미술대전 개선안이란 것이 고작 권위주의적 국전과 선전의 관전시대로 되돌려 놓은 것이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무척 부끄럽다. 미술대전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술대전이 과거에는 신인작가를 발굴하는 창구였지만 이제는 각종 전시, 비엔날레, 경배 등 등단 경로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더 이상 의미도 없다”(2007. 5. 17 조선일보)고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듯, 지금은 작가의 등용문이 다양하게 무수히 열려 있어 미술대전 같은 공모전 존속 자체가 부정되고 있는 글로벌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지금 여기’ 한국화단에 무슨 이유로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이 부활하게 되었는지 그 의도와 저의를 상을 주관하는 정부 관계부처나 한국미술의 오늘과 내일을 염려하는 미술인이라면 이쯤에서 다시 한 번 냉정히 되살펴 보아야 할 줄 믿습니다. 더 이상 부정으로 얼룩진 민전에 권위주의적 발상의 상으로 비리를 과열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믿습니다.

                               2007. 5. 31

             민주노총공공노조 전국미술인조합 조합원 일동